마케터의 데이터 분석 공부, 어디부터 시작해야 하나요?

2017년 11월에 브런치에 발행한 글입니다.

며칠 전에 한 마케터 분이 이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데이터 분석 공부를 좀 해보고 싶은데.. 파이썬과 R 중에 어떤 게 마케터가 공부하기 더 나을까요? R은 어렵고 속도가 느리지만 데이터 시각화가 잘되는 강점이 있다 하고 파이썬은 비교적 쉬운 반면 시각화가 어렵다는 얘기들을 하더라고요.

그리고 파이썬, R 둘 다 이걸 배우기 전에 기초로 배워야 하는 것이 있는지 혹시 아시나요??

여기에 대해 제가 드린 답변은 이렇습니다.

1. R과 파이썬을 배울 정도의 굳은 각오가 있다면, 그 전에 먼저 SQL부터 배우세요.

2. SQL을 배우시기 전에 엑셀(네, 지금 떠올리시는 바로 그 엑셀입니다)을 능숙히 다룰 정도로 공부하세요.

3. 기본 통계학 개념 없이 R과 파이썬을 다루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통계학 원론 책은 한 번 읽어 주세요. 시각 디자인에 대한 개념 없이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만 배운다고 누구나 디자인을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4. 데이터 분석을 둘러싼 전반적인 사고 방식(일종의 '세계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을 익히세요. 이 세계관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일 수 있지만, 어떤 사람들(숫자와 논리적 사고보다는 감성과 창조적 사고에 강점이 있는 분들)에게는 너무나 생소해서 굉장히 힘겹게 배워야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5. 파이썬이든 R이든 데이터 분석가에게 맡기세요. 둘 다 비교적 배우기 쉬운 프로그래밍 언어이지만, 웬만한 굳은 각오가 없다면 실무에 활용할 수준으로 프로그래밍을 익히기란 어렵습니다. 굳은 각오로 엑셀과 SQL까지 배운, 숫자와 논리적 사고의 약점을 보완한 이들 중에서도 프로그래밍의 문턱을 넘지 못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요약하면,

  • "통계학 원론 수준의 기본 통계학 개념"이라는 이론적 토대 위에
  • "데이터 분석을 둘러싼 각종 사고 방식"이라는 세계관을 얹고
  • "엑셀과 SQL"이라는 도구를 장착하셨다면

그제서야 R이든 파이썬이든 공부할 준비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프로그래밍이 필요할 정도의 분석을 해야 한다면... 그 분석 작업은 그냥 데이터 분석가에게 맡기시길 권합니다. 엑셀과 SQL만으로도 벅찰 대부분의 마케터에게 프로그래밍 언어 공부는 너무 커다란 벽입니다.

이 벽이 어느 정도로 커다랗냐 하면, 제가 패스트캠퍼스에서 수강료 140만원 짜리 강좌를 들을 때 처음에 40명으로 시작했던 인원이 마지막 시간에는 한 자리 수로 줄었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남은 이들 중 많은 분들은 이과적 배경이 있는 분들, 혹은 이미 회사에서 분석 업무를 어떤 식으로든 하던 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엑셀과 SQL이라는 도구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능력, 그리고 데이터 분석을 둘러싼 사고 방식은 익혀 두면 분명히 큰 힘이 될 무기들입니다. 이게 왜 중요한지는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있으면) 이어질 글에서 차차 이야기 해 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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