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스 인터뷰(Reverse Interview) - 채용 후보자가 스타트업에 하는 질문

"저희 회사에 질문 있으시면 편하게 해 주세요."

면접관이 채용 후보자에게 궁금한 것은 다 물어봤으니, 이제 면접을 마무리할 때가 되었다는 신호입니다. 혹은 '우리 회사에 관해 얼마나 열심히 조사했는지 질문으로써 보여주세요' 하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물론 정말로 채용 후보자들의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해결해 주고 싶어 하는 면접관들도 있습니다!)

많은 경우 채용 후보자는 진짜 궁금한 것을 물어보기보다는, '내가 이만큼이나 당신네 회사 사업에 대해 관심이 있다'를 보여줄 수 있는, 통찰력이 엿보이는 질문을 하려 애씁니다. 진짜 궁금한 것이 있으면 면접관에게 물어보기보다는 온라인 기업 리뷰와 인맥을 통해서 정보를 입수하는 게 더 현명한 방법이니까요.

그런데, 꼭 그래야만 할까요?

저는 최근에 구직활동을 할 때 조금 다른 접근법을 택했습니다. 회사에 궁금한 것들을 대놓고 물어보기로 한 겁니다. 아래 링크한 First Round Review 아티클에서 영감을 받아서, 제 나름대로 질문지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어떤 질문은 채용 과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캐주얼 챗을 하면서, 어떤 질문들은 면접 자리에서 던져 보았습니다. 다행히 면접관들은 제 질문에 진지하게 답을 해 줬고, 구직 과정에서 회사를 고르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프리랜서가 되었네요 ㅎㅎㅎ)

The 40 Best Questions to Ask in an Interview — How to Go Deeper Than “What’s the Culture Like?”
Top startup leaders shared their favorite thought-provoking questions for candidates to ask during an interview to stand out from the crowd and gain in-depth knowledge about the company, the team, and the role.

물론 모든 구직자들이 이런 질문을 망설임 없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커리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분들, 상대적으로 구직자-회사의 권력 관계에서 열세에 있는 분들은 이런 글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을 겁니다. 그런 독자 분들은 '나중에 이런 질문들을 할 수도 있겠구나. 몇몇 질문은 한번 활용해 봐야겠다' 정도로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반면 어느 정도 성과를 낸 경험이 있는 분들, 그리고 앞으로 일할 회사를 신중하게 선택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 글에서 얻어 가실 게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각자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이 중에서 와닿지 않는 질문들도 많이 있을 겁니다.  그래도 적어도 리버스 인터뷰(reverse interview)라는 개념이 존재한다는 점, 그걸 실행으로 옮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 하나는 얻어가실 수 있을 겁니다.

사족 1. 사람들은 질문에 추상적으로 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얘기하기보다는 '보통은 이러이러하다' 같은 식으로 말하죠. 저는 이럴 때마다 '최근 사례를 얘기해 주실 수 있으세요?' 같은 후속 질문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캐내려 노력했습니다. 고객 인터뷰에서든 채용 인터뷰에서든 후속 질문을 해야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사족 2. 사람들이 쓰는 용어도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는 Product-Led Growth를 지향하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식으로요. 이럴 때 저는 '아, 그렇군요' 하고 넘어가기보다는 'OO님이 방금 말씀하신 Product-Led Growth는 어떤 걸 뜻하시나요?' 하고 질문했습니다. (후속 질문이 중요하다는 점 다시 한 번 강조...)

사족 3. 아래 질문을 글자 그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대놓고 물어보면 위협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에 다른 얘기를 하다가 슬쩍 질문을 던지기도 했고, 말끝을 흐리기도 했고, 완곡어법을 쓰기도 했습니다. 원하는 정보를 얻어내기 위한 질문 기술을 익히려면 많은 연습을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잘 못해요...)  

내가 Due Diligence하는 것을 회사가 충분히 이해하나?

저는 리버스 인터뷰가 Due Diligence(기업 실사)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투자자들이 회사에 돈을 투자하기 전에 Due Diligence를 하듯, 제가 소중한 젊음과 시간과 노력을 회사에 투자하기 전에도 Due Diligence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를 충분히 이해하는 리더들과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우리 회사처럼 끝내주는 곳에서 일할 수 있는 것은 영광이지' 하고 거만하게 생각하는 리더가 아니라, 채용 후보자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는 리더들 말이죠.

이런 저의 생각을 Hiring Manager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Hiring Manager가 수용적인 태도를 보이는지 보는 것이 리버스 인터뷰의 시작입니다. (참고로 Hiring Manager란 리크루터가 아니라 채용을 담당하는 매니저나 리더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프로덕트 매니저 채용이라면 Product Lead, VP of Product, CPO 등이 Hiring Manager가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체크할 것) 내가 Due Diligence를 하는 데 동의하고, 최대한 숨기지 않고 얘기하나? 아니면 ‘이런 내용은 회사 방침상 얘기할 수 없다’라면서 답을 피하나?

Empowerment - 내가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곳인가?

비 전문가인 경영진이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를 하는 곳인지, 아니면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곳인지가 제게는 중요하기 때문에 마련한 질문들입니다.

  • 경영진이 최근에 PM에게 아이디어를 준 적이 있나요? 경영진이 프로덕트 팀이 하는 일에 피드백을 준 적이 있나요?
  • 어떤 아이디어/피드백이었나요?
  • 어떻게 아이디어/피드백을 줬나요?
  • 그 아이디어/피드백에 프로덕트 매니저 또는 프로덕트 팀 구성원은 어떻게 반응했나요? 거기에 경영진은 또 어떻게 반응했나요?
  • (체크할 것) 경영진이 프로덕트 팀에게 구체적인 솔루션까지 지시하나? 아니면 전략적 맥락(strategic context)을 전달하고, 구체적인 솔루션은 프로덕트 팀이 만들도록 자율성을 인정해 주나?
  • PM이 경영진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일을 진행한 사례가 있었나요? 그때 경영진은 어떻게 반응했나요?
  • (체크할 것) PM이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켰을 때, 경영진이 명확하게 Disagree and commit 했나? 아니면 그냥 애매모호하게 ‘뭐 알아서 잘해 보세요’ 식으로 나왔나?  반대로, PO가 반대하는 의견을 경영진이 관철시켰을 때, 경영진이 자신들의 의사결정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나? 아니면 책임을 회피했나?

의사결정이 제대로 이뤄지는 조직인가?

의사결정이 투명하게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조직, 결정권자들이 명확히 책임을 지는 조직에서 일하고 싶어서 마련한 질문들입니다.

  • 중요하지만 결정하기 어려웠던 의사결정 사례를 하나만 얘기해 주세요.
  • 그 의사결정은 어떤 면에서 어려웠나요?
  • 어떻게 논의가 시작되고 진행되었나요?
  • (체크할 것) 의사결정에 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뤄지나? DACI 같은 역할을 명확히 정의했나? 아니면 모든 의사결정이 만장일치로 이뤄지거나, 반대로 체계 없이 리더의 독단으로만 이뤄지나?  
  • 어떻게 결정이 났나요?
  • (체크할 것) 반대 의견을 낸 사람이 있었나?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명확하게 disagree and commit 했나?
  • 그 결과는 어땠나요?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 어떻게 되었나요?
  • (체크할 것) 리더십 포지션에 있는 사람이 결단을 하고 책임지나, 아니면 결정은 자기가 맘대로 하고 책임은 실무자에게 지라고 하나?

커뮤니케이션 - 갈등을 잘 드러내고 건강하게 해결하나?

뒷담화와 편가르기를 하는 조직보다는, 갈등이나 불만을 드러내고 건강하게 해결하는 조직에서 일하고 싶어서 마련한 질문들입니다.  

  • 회사에 대한 불만을 최근에 회사 사람들과 얘기한 적이 있나요? 어떤 자리였나요?
  • (체크할 것) 회사에 대한 불만은 없을 수 없다. 불만을 공식적인 경로로 전달할 수 있는 회사인가?
  • 매니저와 일대일 미팅을 마지막으로 언제 했나요? 그 전에는 언제 했나요? 주기적으로 일대일 미팅을 하고 있나요?
  • (체크할 것) 일대일 미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실제로 수행하는 조직인가?
  • 최근 일대일 미팅에서 매니저에게 피드백을 준 (이런 점은 고쳐 줬으면 좋겠다고 요구한) 적이 있나요? 내용은 무엇이었나요? 매니저는 어떻게 반응/답변했나요?
  • 최근 일대일 미팅에서 매니저에게, 경영진에 대해 불만족하는 점을 얘기한 적이 있나요? 매니저는 어떻게 반응/답변했나요?
  • 경영진에 대해 불만족하는 점을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얘기한 최근 사례를 얘기해 주실 수 있나요? 어떤 반응이나 답변이 돌아왔나요?
  • (체크할 것) 구성원들이 리더들에게 불만이 있을 때 자연스럽게 피드백을 하는가? 리더들이 피드백에 건강하게 반응하는가?

전략: 대표, 제품, 테크, 마케팅 등 주요 직무별 리더들에게 물어보기

우리가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 목적지에 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략이 명확히 서있는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서 마련한 질문들입니다. 특히, 리더십 포지션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어느 직무든지 전략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가능한 한 직무별 리더들을 만나서 이런 질문을 하려 했습니다.

  • 담당 부서에서 추진하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의 파이프라인에 들어있는 업무들과 이니셔티브들은 무엇인가요? (팀이 시간을 쓰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외부와 파트너십을 맺으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등등 얘기해 달라고 하기)
  • 이 업무들은 무엇을 위해서 하는 것인가요?  
  • (체크할 것) 전략적인 우선순위에 따라서 업무를 하고 있는지, 아니면 그냥 뭐라도 일을 해야 하니까 하고 있는지 확인한다.
  • 회사의 전략은 무엇인가요? 담당 부서에서 하는 일이 회사 전략을 달성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나요?
  • (체크할 것) 회사 전략이 무엇인지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리더인가? 회사 전략과 부서의 역할을 얼라인(align)시키는 역량을 가진 리더인가? 전략을 단순히 '이루고 싶은 목표의 목록' 또는 '하고 싶은 일들의 목록' 정도로 생각하고, '이것 저것 다 하고 싶다'라는 욕심만 앞서는 팀은 아닌가? 전략은 트레이드 오프를 동반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팀인가?

업무 문화 - 회고를 통해 개선하고 발전하는 조직인가

팀이 학습하고 발전하는 데 있어서 회고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회고하면서 발전하는 조직에서 일하고 싶어서 마련한 질문들입니다.

  • 최근에 했던 회고 문서가 있다면 보여줄 수 있나요?
  • 지금 진행하는 프로젝트에서, 회고 일정을 미리 잡아 두었나요?
  • 회고를 하고 있다면, 회고에서 다룬 내용을 업무에 반영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요?
  • (체크할 것) 회고를 하고 있나? 회고에서 실질적인 논의를 하나? 회고를 바탕으로 팀이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는가?  

리더십팀 내부 다이내믹: 리더들이 터놓고 대화하고, 얼라인하는 조직인가

리더들이 서로 편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조직에서는 부서 이기주의가 나타나기도 쉽고, 갈등과 불만이 잘 해결되기보다는 쌓이고 곪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리더들이 터놓고 대화를 나누는 조직에서 일하고 싶어서 마련한 질문들입니다.

  • 다른 리더십 분들이랑 친하세요?  
  • 최근에 다른 리더십팀 멤버들과 체크인을 한 적 있나요? 언제였나요? 어떤 이야기를 했나요?
  • (체크할 것) 리더십팀 멤버들끼리 일대일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나? 아니면 그냥 각자 자기 할 일만 하나?  
  • 혹시 상대방과 커뮤니케이션할 때 아쉬운 점이 있나요?
  • 최근에 다른 리더십 멤버와 갈등을 드러낸 경험이 있나요? (어떻게 시작된 갈등이고, 어떻게 진행 및 고조되었고, 누가 어떻게 드러냈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해결했는지)

신규 직원 온보딩

채용에 진지한 회사는 신규 직원 온보딩(Employee Onboarding)도 열심히 합니다. 사람 뽑아 놓고 '그냥 알아서 잘하겠거니' 하고 방치하는 회사보다는, 새 구성원이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서 마련한 질문들입니다.

  • 저는 누구에게 리포트하게 되나요? 제 매니저는 누구인가요?
  • 저에 대한 온보딩 계획을 공유해 주실 수 있나요? 온보딩에서 기존 구성원들(리더십팀 포함) 중 누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요?
  • (체크할 것) 온보딩 준비를 하고 있나? 아니면 온보딩에 별로 신경쓰지 않는 회사인가?
  • 성공적인 시니어 멤버 온보딩 경험이 있다면 공유해 주실 수 있나요?
  • 시니어 멤버를 채용했다가 온보딩이 잘 안 된, 그래서 그 멤버가 성과를 충분히 내지 못한 경험이 있다면 공유해 주실 수 있나요?
  • (체크할 것) 기존의 온보딩 경험을 통해 학습하는 팀인가? 아니면 '시니어 멤버는 자기가 알아서 잘해야지' 하고 가볍게 생각하는 팀인가?   ‌‌‌

사업

  • 회사 성장률은 어떤가요? 실제 수치를 갖고 얘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 성장률이 낮아진 원인은 무엇인가요? 원인을 어떻게 파악했나요?
  • (체크할 것) 문제가 있을 때, 원인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체계를 갖고 있나? 팀에서 어떤 논의를 실제로 했나?
  • 이 회사의 생존을 좌우할 만한 가장 큰 위험 요인은 무엇인가요? 생각하면 잠이 안 오는 그런 요인?
  • 회사가 최근에 야심차게 시도했지만 실패한 것 사례를 하나 얘기해 주실 수 있나요?
  • 회사의 스테이지를 고려했을 때, 회사가 잘해야 하는데 충분히 잘하지 못하고 있는 (뒤처진) 영역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체크할 것) ‌‌‌‌솔직하게 현실을 인식하고 인정하는 조직인가? 약점을 채용 후보자에게 공유할 수 있는 Vulnerability가 있나?

프로덕트 조직이 일하는 법

  • (고객 중심, 근거 중심으로 사고하고 실행하는지) 좋은 결과를 냈던 제품 개선 사례나 실험 사례. 아이디어 인셉션부터 실행, 결과 평가까지 물어보기.
  • (체크할 것들)
    • Problem worth solving을 정의하고 태클하는 조직인가?
    • 실제로 고객들을 만나 문제를 파악하는가, 아니면 팀의 추측만 가지고 제품을 만드는가?
    • Why를 명확히 이해하고 일하는가?
    • 프로덕트나 피쳐를 배포하고 나서, 사용자들의 이용 데이터와 피드백을 수집하고 개선하는 Feedback Loop이 있는 팀인가, 아니면 배포하고 나면 끝인 팀인가?
  • 프로덕트 매니저, 엔지니어,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각각 어떤 팀에 속해 있나요? 서로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나요? 얼마나 자주 만나서 커뮤니케이션 하나요?
  • (체크할 것) 프로덕트 조직이 정말로 크로스펑셔널하게 협업하는가?  

더 공부할 자료 + 여러분의 질문이 궁금해요.

리버스 인터뷰에 더 관심 있는 분들은 Reforge의 다음 글을 읽어 보시길 추천합니다.

The Reverse Interview: How To Choose Your Next Company — Reforge
Elena Verna is a Reforge Partner/EIR, Growth Advisor at Miro and Netlify, and former SVP Growth at SurveyMonkey and Malwarebytes. Elena was a creator on both the Reforge Monetization + Pricing and Experimentation + Testing programs. She previously wrote Monetization vs Growth and The Hidden 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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